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s)은 실시간 제어와 자동화를 통해 스마트 제조, 스마트 도시, 자율주행, 에너지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운영을 책임지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CPS는 물리 시스템과 디지털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안 위협에 가장 민감한 구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보안은 CPS의 지속적 운영과 안전성에 직결되는 요소이며, 단 한 번의 침해도 물리적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CPS 환경에서의 네트워크 보안이 가지는 복합적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적·운영적 관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을 분석합니다.
왜 CPS 보안은 일반 IT 보안과 다른가?
기존의 IT 시스템 보안은 데이터 유출, 개인정보 침해, 시스템 장애 등의 디지털 피해에 국한되지만, CPS의 보안은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CPS의 제어 신호가 악의적으로 변조되거나 네트워크가 중단될 경우, 생산설비의 파괴, 교통 시스템 마비, 에너지 공급 차단 등 현실 세계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CPS는 수명 주기가 긴 산업 설비, 실시간 제어, IoT 센서, 엣지 장치, 클라우드 등 이질적 기술이 융합된 구조이기 때문에, 보안 범위가 넓고 공격면이 매우 다양합니다.
즉, CPS 보안은 단순한 정보 보안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 국가 인프라를 보호하는 전략적 기술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CPS 네트워크 보안의 5대 핵심 과제
CPS의 보안은 단일 계층이 아닌 다층 방어(Multi-layer Security)가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1. 실시간성 vs 보안성의 균형
CPS는 밀리초 단위의 실시간 제어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안 기술(암호화, 인증, 검사 등)은 처리 지연을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보안을 강화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성능을 우선하면 보안이 취약해지는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해결 방안으로는 경량화된 보안 알고리즘, 엣지 기반 보안 처리, 하드웨어 지원 암호화 등의 기술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2. 이기종 시스템 간 보안 통합 문제
CPS는 산업용 프로토콜(Modbus, OPC-UA 등), IoT 통신, IT 네트워크, 클라우드 API 등 다양한 시스템이 연결된 환경입니다. 각 구성 요소는 보안 체계가 상이하거나 아예 보안 기능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일 보안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우며, 네트워크 경계가 모호해 보안 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로 트러스트 네트워크 아키텍처(Zero Trust Architecture) 도입이 중요합니다.
3. 취약한 산업용 프로토콜
많은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프로토콜은 보안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레거시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Modbus, DNP3 등은 인증, 암호화 기능이 없어 패킷 변조나 재전송 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이 문제는 보안 게이트웨이, 프로토콜 전환기, 암호화 오버레이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보완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보안 내재화된 산업 프로토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4. 물리 보안과 사이버 보안의 연계
CPS는 센서, 로봇, 설비 등 물리적 장비와 디지털 시스템이 동시에 운영됩니다. 따라서 물리적 침입이나 장비 탈취도 사이버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악의적인 내부자가 컨트롤러에 USB를 연결하거나, 센서를 조작하여 잘못된 데이터를 CPS에 입력하면 전체 공정이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 시스템과 CCTV, 출입통제, 작업자 인증 같은 물리 보안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진정한 CPS 보안이 실현됩니다.
5. 지속적 보안 유지와 시스템 업데이트
많은 CPS 장비는 한번 설치되면 10~20년 이상 운영되며, 운영 중 업데이트가 어렵고, 보안 패치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알려진 취약점조차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며, 공격자는 이런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노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OTA(Over-the-Air) 보안 패치, 보안 진단 자동화, 모니터링 연계 업데이트 체계 등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합니다.
CPS 보안을 위한 전략적 접근 방법
단순히 ‘방화벽을 하나 더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CPS 보안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CPS 보안을 위한 3가지 전략적 접근 방식입니다.
1. 보안 설계 중심의 시스템 구축 (Security by Design)
CPS는 처음부터 보안을 고려한 아키텍처 설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어 네트워크 분리, 엣지 디바이스 내장 보안 모듈, 인증 기반 통신 구조 등입니다.
2. 다층 방어 체계 수립
센서-디바이스-네트워크-서버까지 전 계층에서의 보안 적용이 필수입니다. IDS, SIEM, NAC, 암호화, 사용자 인증을 포함하는 복합적 보호가 요구됩니다.
3. 인력 및 정책 중심의 거버넌스 확보
기술 외에도 보안 담당자의 전문성, 운영 매뉴얼, 사고 대응 체계 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보안이 작동합니다. 산업계에서는 OT 보안 교육, 사고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결론: CPS 보안은 예방보다 ‘지속성’이 핵심
CPS 네트워크 보안은 단발성 방어가 아닌, 변화하는 위협에 지속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공격자는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으며, 공격 대상은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물리적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차량, 전력망, 정유설비 등은 CPS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네트워크 보안’이며, 기업과 기관은 보안을 경쟁력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보안 없는 CPS는 제어 없는 자동차와 같으며, 조종 없는 비행기와도 같습니다. 이제는 기능 구현보다 보안 내재화(Security Embedded)가 우선인 시대입니다.